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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일하는 프리랜서의 서러움

스물다섯 PM 일기

by Cool life good life 2025. 3. 2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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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하며 일하는 게 버거울 때가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의 큰 장점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단점은 내 대부분의 고객들이 해외 기업의 직원이라 불만이 있을 때 얼굴 보고 화를 낼 수가 없다는 것.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깨달은 건 돈 버는 건 어렵다는 사실이다. 풀타임 직장인은 회사에서 좀 더 많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대신 결과물의 퀄리티가 살짝 떨어져도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다. 프리랜서는 일의 유형과 시간의 자유를 보장받지만 고객의 클레임이 있으면 정해진 값에도 다시 일을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더욱 이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건 다양한 일을 시도하기 좋아하는 내 생활습관 때문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여 결과물을 내는 건 그 일에 관련된 지식을 처음부터 습득해야 하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 힘들지만, 난 이런 삶을 좋아하는 듯하다. 고객의 돈이 걸려있기에 더 잘 해내야 하니, 모르는 분야인데도 하겠다고 계약을 따내고 고객의 불평이 사라질 때까지 검색과 참고자료를 모두 찾아내어 일을 성사시킨다.

 

 Upwork라는 해외 프리랜서 사이트에 프로필이 등록되어 있어 고객들은 거기서 나를 찾아낸다. 나 또한 사이트가 추천해주는 일거리 리스트를 매일 받아보는데 '세상에 이런 일도 존재하네' 싶은 건들이 많아 흥미로우면 제안서를 넣는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는 실패는 빨리 하는 게 낫다고 믿는 편이라 최대한 다양한 분야로 도전해본다. 고객이 내 결과물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마다 (물론 속상하지만) 받아들이고 개선하려 노력한다. 이 모든 것이 '배움'의 과정이라 소중하다. 하지만 가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몇 번 있었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 프리랜서의 운명이겠다. 두 가지를 공유한다.

 


 

  첫 번째는 카지노 시장조사였다. 영국 고객이 내게 부탁하여 맡은 건이었고 한 시간에 75달러라는 거금이 걸려있었다.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온라인 카지노를 열 곳 선정해 엑셀 포맷으로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업무였다. 첫 고객에게 코인은 몇 개를 선물하는지,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는지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일을 전달하자마자 받은 피드백은 해당 온라인 카지노 외에 '불법'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카지노들도 추가로 담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정보를 위해 불법 사이트에 들어가 내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야 하는 게 꺼림칙했다. 이를 밝혔더니 더 이상 답장이 오지 않았고, 결국 75달러는 끝내 받지 못했다. 완성된 엑셀 파일을 메시지 링크로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마 내가 완성한 자료에 자신이 불법 사이트를 직접 조사해 정보를 추가하였을 것이다. 

 

 두 번째는 네덜란드 게임 회사의 SNS 리뷰 건이다. 게임에 관련된 내용을 문서로 주면 내가 그걸 번역하여 내 식으로 리뷰 내용을 만든 뒤, 적당한 네이버 카페를 찾아 포스팅하는 업무였다. 디지털 마케팅과 관련하여 일을 해 본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절차를 잘 몰랐다. 포스팅을 다섯 곳의 카페 자유게시판에 올려 결과물을 주니, "왜 먼저 검토를 요청하지 않고 올렸느냐"는 불평을 들었다.

 

  곧바로 올린 곳에 삭제를 하고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삭제하기 전 내가 올린 포스팅의 댓글에 "게임 글씨가 너무 어둡다"는 내용이 있었다. 담당인은 구글 번역기에 이를 돌렸는지 무슨 뜻이냐고 내게 물었고, 나는 말 그대로 "게임 안에 캐릭터들의 말풍선 글씨가 어둡게 만들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 포스팅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지 그와의 대화가 길어졌고, 후에 "게임 개발이 애초에 글자가 어둡도록 배포되었는데 어떡하냐, 검은색 배경에 글자를 회색으로 입히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답장을 보내자 그제야 수긍했다.

 


 

  고객에게 내 일을 설득하고 피드백에 답변하는 것은 언제나 힘들다. 위의 모든 대화는 Upwork 상 메시지 박스에서 이뤄진다. 얼굴 안 보고 싸우는 게 어떻게 보면 장점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모든 업무 유형에는 그만의 장단점이 있음을 감안한다. 가끔의 실패도 지금 이 나이에 빨리 경험하는 게 낫다고 믿으며, 돈을 못 받게 되는 상황에도 우울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그런 일이 없도록 내 쪽에서도 실력을 더 쌓아야겠다. 결론, 지금부터 공부하고 도전하는 게 답이다. 

 

  이상 동남아에서 여행하고 일하는 프리랜서 삶에 대한 여러분의 환상이 조금 현실화되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경험이고, 배우는 게 많아 나의 성장을 두 배로 돕는 경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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