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 혼자 못하겠으니 도와달라고 훌륭하게 (?) 부탁하는 꿀팁을 공유해보려 한다.
물어보지 않는 행위가 다 안다는 교만으로 비칠 수도 있다
내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는 건 좋은 자세다. 하지만 주어진 일을 내가 해결할 능력이 없는 걸 알면서도 혼자 가지고 끙끙대는 건 정말 큰 문제다.
'팀'의 '팀원'들은 나의 그런 문제들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내가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그렇게 상부상조하며 어떻게든 일을 해결하는 그런 관계가 아닌가.
사회초년생이든, 경력자이든, 많은 직장인들이 참 자주 무조건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한국인은 모두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수습기간이 지나고 1년이 넘었지만 나는 회사에서 아직도 팀원들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새로운 기능을 기획할 때나, 누군가의 의견을 다시 확인하고 전달할 때나, 필요한 질문을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물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건 안 된다.
그리고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말한다. 도와달라고 한다. 나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하기에는 벅차다는 것을 솔직히 밝힌다. 이걸 연습하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무도 그것 혼자 못하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 리드 아래 어떤 부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정확히 알려드리면 적극적으로 알려주신다. 사실 팀원들이 도와달라는 내 외침을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당신의 주제를 알라
회사에 몇 달 정도 있으면 어느 정도 내 포지션이 잡힌다. 내가 하는 일의 우선순위가 잡히고 뭘 덜 중요시 여겨야 할지도 보인다.
하지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내게 주어질 수도 있는 법이다. 특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스타트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겨지며 팀의 규모가 커지고, 상급 리더 중 한 분이 이직하셨다. 그래서 내게 매일 새로운 일들이 주어져 처음에는 재밌게 임하다가, 양이 점점 많아져 당황스러운 정도다.
어쨌든 내 메인 업무가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회사 제품의 어느 부분을 잘 알고 있는지, 팀원들이 어떨 때 나를 필요로 하는지 등을 평소에 잘 분석해놓으면 좋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며 내가 대부분 한 일들 목록을 만들어두고 여기서 무엇을 더 강점으로 만들어놓을까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래 이미지는 구독하던 '퍼블리' 앱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전 상사와 같이 작성해보던 그래프이다. 리스트를 쭉 적어보고 전체 목록 기준으로 퍼센티지를 따진 뒤 어디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1. Owning: 가장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 것
2. Learning: 가장 우선순위로 해야 하지만 아직 배우고 있는 것
3. Teaching: 가장 중요하지 않는데 잘하는 것
4 Delegating: 가장 중요하지 않아서 타 부서에 넘기는 중인 것
Owning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현재 우선순위에 잘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잘 분류했는지 모르겠다면 사수나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얻어보자. 팀이 내가 무엇에 더 집중하길 원하는지 파악하고, 내가 더 키우고 싶은 강점을 알면, 둘을 접목시키고 타협할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번 Learning이 바로 배우고 있으니 상사에게 넘겨도 될 부분, 4번 Delegating이 내가 잘하여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 회사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나 또한 자주 한다.
"I don't think this is my responsibility to decide. I'm elevating to my boss" (제게 결정할 권한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상사에게 공유하겠습니다)
"I can do this, but this is out of my main job scope. I'm delegating this work to the intern. Give me one week to train him." (할 수 있지만 내 업무 범위에 벗어나는 일이에요. 1주일 시간을 주면 인턴에게 가르쳐주어 향후 이 업무를 맡게 할게요.)
"There's nothing I can do. Let me share this with my team members who are related."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관련된 팀원들에게 이걸 공유하도록 할게요)
어려운 건 상사에게, 쉬운 건 다른 분들에게. 그리고 난 내 업무에 푹 집중하면 된다. 사실 나 또한 매일 내가 우선순위를 잘 세워 메인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지 혼란이 심하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이 분명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음을 믿는다.
힘들고 헷갈려서 붙잡으려고 하는 당신,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라
청소년들을 위한 책 중 "너는 고민하는 만큼 단단해질 것이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사회를 나와 내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내 정체성과 가치관은 무엇인지,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개인은 더 단단해진다는 내용이었다.
맞는 말이다. 생각은 훈련이라 하면 할수록 생각하는 수준이 발전하고, 깊어지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지는 것 같다. 고민할수록 더 나은 결론에 이르고, 그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는 언제나 확실한 "결과물"이 있다.
직무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울 때, 우선순위를 못 세워 막막할 때, 못 하겠는데 해야 한다는 과중한 책임감이 넘쳐흐를 때 고민이 된다면. 그 고민을 한 만큼 성장하는 것임을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
다만 똑똑하게 고민을 하는 방법은 내 고민을 훌륭한 방법으로 고민하는 것임 또한 알아야 한다. "도와달라"는 말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당당하게 요청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얻고 일을 해결해나가는 그런 자세로 모두 재밌게 일에 임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러한 조언을 하는 대상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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